이 시대의 영성가요 저술가인 유진 피터슨이 2018년 작고하기 전, 2006년에 한국의 몇몇 목사님들이 몬태나의 그의 자택을 방문하여 나눈 이야기를 소개하는 유투브를 본 적이 있다. 유진 피터슨 목사님이 당시 나눈 말씀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하신 것인데, 오늘날 내게 정곡을 찌르는 말씀이 되었다. 특히나 요즘 내가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그 메시지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그분이 강조한 단어는 “단순함”이었다고 한다. “분주함이라는 이 시대의 대적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단순한 삶,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께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것이 이 세속의 땅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크리스천들은 삶을 단순화해야 합니다.
흔히 ‘성공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책을 읽으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거꾸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책을 지금보다 적게 읽으십시오.
더 적은 일을 하십시오.
기억하십시오.
세상은 당신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상이 필요한 것은 하나님입니다.
여러분 역시 더 많은 친구들을 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에게는 하나님이 더욱 필요합니다.
크리스천의 삶은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행한 많은 일들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자의 삶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들로 채워집니다.”
오, 아멘아멘~! 내 영혼이 그 얼마나 듣기를 갈망하던 음성이었던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지식과 지혜, 정보와 경고... 끝없는 컨텐츠 속으로 함몰되어 가던 내 영혼을 향하여 소리치는 음성! 세상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세상이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라는 사실... 더 적은 책을 읽고 일을 더 적게 하라고... 오늘날 정신 없이 질주하는 우리에게, 나에게 주시는 말씀, 위로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내 삶을 채우는 것은 나를 위해 행하신 하나님의 일이지 내가 하나님을 위하여 행하고자 하는 많을 일들이 아니다.
피터슨 목사님은 2006년도 이 말씀을 하셨다는데 얼마나 선지자적인 경고요 올바른 방향제시인가. 이 사순절 기간에 조금이라도 주님 앞에 조율되기를 원하는 내게 멀리서 비치는 등대불빛같이 여겨진다.
그는 더 적은 책을 읽으라 했는데, 요즘 내 버전으로 말하자면 우선 많은 유투브의 단편적 시각적 지식과 정보 대신에 조금이라도 책을 읽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책이 손에 잘 안 잡히고 짬만 나면 유투브의 각종 주제들을 좇아다녔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무섭게 길들여진 나는 지긋이 한 권의 책을 붙드는 게 왜 그리 어려웠던지... 그래서 오래 전 설정해 두었던 저녁 9시 반이면 스크린 닫기(shut off)를 하고 책을 한 시간 정도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이번 사순절 기간의 나는 “유투브와의 전쟁”을 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하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습관을 직시하고, 그걸 떨치고 내 삶에 더 많은 빈 공간을 만들어야 하겠다. 그렇게 마음을 비워 아침에 읽은 말씀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보고, 주님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불러보고, 창을 열고 하늘을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고, 멀리 지나가는 비행기를 쳐다보며 해외에 사는 선교사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떠올려보고... 그리고 봄이 오는 햇살도 가만히 느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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