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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미디어 금식

by 책나르미 2024. 2. 28.

이번 사순절 기간을 내가 특별히 더 챙기는 것은 나름 이 절기를 맞아 나 자신을 좀 추스르고 조금이라도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다. 어찌 보면 그건 영적 갈증보다는 영적 불안이라고 하는 게 더 정직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사탕이나 단 것을 많이 먹고 난 후 단 과일을 먹으면 별로 달지도 않고 맛이 이상한 것처럼, 요즘 나는 주님의 달콤한 임재를 느끼는 적이 너무 드물고, 영적인 면에서 무뎌지고 간절함이 없다. 기도의 호흡은 짧아지고 성경 말씀을 읽어도 좀 더 깊은 묵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얕은 물가에서 머물다가 마는 것 같다.

 

어느샌가 내 일상에 깊이 스며든 유투브와 SNS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절제를 하려고 나름 애를 써왔지만 점점 더 알고리즘의 늪에 빠져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내게 된다. 유익한 내용도 너무 많고, 심지어 기독교에 관한 컨텐츠도 넘쳐난다. 건강상 밖에 돌아다니는 걸 안 좋아하다 보니 인터넷상에서 각종 문화 교육 컨텐츠를 맛보고 배우느라 바쁘기도 하고 말이다. 유투브 썸네일은 하도 주의를 끄는 바람에 클릭하고자 하는 유혹을 물리치기 어렵다.

 

디지털 스트레스로 탈진되는 현대인

 

그래서 평소에 날잡아 미디어 금식을 좀 해야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마침 전통적으로 사순절의 세 가지 전통이 금식과 기도, 구제라고 했으니, 먹는 것을 금하는 것보다도 올해는 미디어 금식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예 스마트폰이난 인터넷을 꺼버리고 이 기간을 보내기는 도저히 자신이 없고 그렇게 강한 결심도 서지 않아, “미디어 금식이라기 보다는 미디어 절식(?)”, “미디어 가려먹기”, “미디어 다이어트라 하는 게 더 맞는 말일 것 같다.

 

  • 우선 사순절 기간만이라도 오락을 절제하고, 유투브 보는 절대 시간을 줄이자.
  • 카카오톡 체크하는 횟수를 줄이자. 목표는 오전, 오후, 저녁 하루 세 번만 체크하는 것이다.
  • 이메일은 하루 한 번 체크하고,
  •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일주일에 한 번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 나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으니 그건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각종 웨비나와 교육 프로그램들은 내게 필요하고 유익한 것이라 여겨서인지 은근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소화할 시간이 없어 결국 내게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니 그것도 한 주에 한 가지 주제 정도만 참여하자.

 

하지만 문제는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무엇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도 내가 숱하게 갈등하며 스크린 절제를 위해 노력했지만 허무하게도 그 결심이 무너지고 때로는 오히려 유투브 폭식(?)을 하게 될 때도 자주 있었다. 내 힘으로 알고리즘의 유혹을 벗어나기는 너무 어렵다. 나보다 현명한 실리콘 밸리의 박사들이 나의 뇌의 작동을 연구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호기심을 좇아가도록 설계해 놓았으니 나의 유약한 의지로는 도저히 이겨낼 재간이 없다.

 

그러니 어쩌면 그렇게 절제된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할까를 더 고심해야 하는지 모른다.

 

  • 우선 떠오르는 건 “멍 때리기”다. 재미있고 유익한 컨텐츠들을 끝없이 삼키려는 내 욕심과 조바심을 내려놓고 의지적인 “비우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멍하니 있는 시간을 게으르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 여기고, 잠시라도 짬이 나면 그 틈을 유투브 하나라도 더 보는 게 시간을 아끼는 거라 생각했던 것이 나의 “그릇된 신념(limiting belief)”이었던 것이다.

 

  • 몸을 좀 더 움직여야지. 물론 나는 산보 나갈 때만큼은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는다. 그렇게 좀 더 자주 동네 동산을 오르고, 자연을 즐겨야지. 건강상 멀리 나가는 것이 불편한 점이 있어 아직은 떨치고 더 멀리 나가는 것은 엄두가 안 나지만, 이제 곧 부활의 봄이 오면 올해는 조금씩 더 먼 데로 나가 자연과 삶을 만끽해야지.

 

  • 가장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컨텐츠들을 흡수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수동적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데에서 이제는 내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좀 더 자주 가지려 한다. 지금 이렇게나마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의도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목표는 매일 길고 짧은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지만, 우선은 한 주에 2~3편을 목표로 하고 노력해 봐야지.

 

  • 그리고 무엇보다 기도의 자리로 더 지긋이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태 5:8)”란 말씀처럼 내 주위에, 내 속에 북적대는 요란한 소리들이 잦아들고 고요해져서 하나님을 뵈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 모든 결심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실패하고 넘어질지도 모른다. 아마도 십중팔구 그렇게 고전을 하게 되겠지. 오, 그럴지라도 가난하고 애통한 마음이 되어 그분 앞에 더욱 나아가게 되기를 소원하노라~!